
4강전 울렁증은 멈췄다. 이제 프로 첫승 테이프를 끊는 일만 남았다. 여자당구 김보미 얘기다.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김보미(NH농협카드)가 16일 제주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4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월드챔피언십’ 여자부 4강전에서 이미래에 4-3 역전극을 펼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우승상금 7천만원까지 한 걸음 남았다.
김보미는 프로 데뷔 이래 늘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4강전 고비에서 자주 무너지면서 아직까지 트로피를 챙기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대회와 후반부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등에서 4강에 올랐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4강전에서만 통산 9차례 탈락했다.
지난 시즌에는 크라운해태배에서 4강을 넘어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입했지만,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에 3-4로 패하면서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가장 큰 규모의 월드챔피언십에서 사상 두번째 결승에 오르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보미는 이날 이미래와의 4강전에서 1~2세트를 빼앗겼지만, 3~5세트에서 이겨 뒤집기에 성공했고, 7세트 마무리로 최후에 웃었다. 이날 4강전 애버리지는 1.127로 이미래(0.810)를 압도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김병호 선수는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즌 가장 큰 무대에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뿌듯하다. 더 자주 결승전에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보미는 아마추어 시절 우승컵 사냥 전문가였지만, 프로에서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우승할 실력은 충분하지만 물꼬를 트지 못하면서 마음의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다. 올 시즌 4강전에 2번, 8강전에 2번 올랐지만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절정의 기세를 자랑하던 이미래를 극적인 뒤집기로 따돌리면서 자신감은 더 커졌다.
김병호는 “NH농협카드에서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면서 더 성장한 것 같다. 멘털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딸에게 특별한 조언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딸이 다 커서 이런저런 말은 안 한다. 조재호와 김현우 김민아 마민껌 등 농협카드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딸을 잘 지도해달라고 부탁하는데, 그게 통한 것 같다”며 웃었다.
김보미는 김가영(하나카드)-한지은(에스와이)의 4강전 승자와 17일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김보미가 개인전·단체전 등에서 이미 우승을 경험한 아버지를 따라, 집에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