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그 꿈이 어느 날 실화가 되었다. 그것도 싸울 때 마다 이겨 ‘배울 게 없는’ 쿠드롱의 천적으로.
김기혁은 신생팀 휴온스의 ‘조용한 일원’으로 올 시즌 PBA팀리그에 합류했다. 당구를 치다 말다 하면서도 용케 드림투어에서 두 번이나 우승 한 덕분이었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 팀 경기에 나선 김기혁은 지난 7월 9일 딴 세상 사람인 줄 알았던 쿠드롱과 한 당구대에 섰다.
그도 웰뱅피닉스의 쿠드롱도 3단식 주자였다. 쿠드롱은 역시 대단했다. 1이닝에서 3연타를 치고 나갔다. 다행히 김기혁도 1이닝에서 1득점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지만 대단할 것 없지 않은가'.
마음을 풀자 큐도 풀렸다. 3이닝에서 8연타를 터뜨렸다. 그냥 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10:4였다.
쿠드롱이 4연타를 쏘았다. 그리고 3점, 1점을 이었다. 12:10으로 뒤집혔다. 진다 한들 손해 볼 것 없었다. 쿠드롱과 큐를 섞은 것 만해도 대단했다. 하지만 이기고 싶었다.
6이닝에서 기회가 왔다. 쿠드롱이 어렵지 않은 공을 주었다. 1점, 또 1점, 그렇게 5점을 올렸다. 15:12로 이겼다.
이변이었다. 하지만 이변은 한 번이 아니었다.
7월 18일 2라운드에서 또 붙었다. 두번 째였다. 여전히 긴장했지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1이닝에서 8연타를 폭발 시켰다. 2이닝에서 4연타를 이었다.
쿠드롱은 평소 같지 않았다. 4연속 이닝 공타를 날리다 8이닝에 가서야 5연타를 터뜨렸다. 9이닝에도 2연타를 날리면서 13:11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돌아선 9이닝에서 김기혁이 마무리 2점을 넣었다.
그리고 8일 5라운드 3일째. 김기혁은 또 3세트에서 쿠드롱과 맞붙었다. 공교롭게도 3세트에서만 3번째 대결이었다.
이젠 쿠드롱도 의식하고 있는 듯 했다. 결코 만만찮다는 걸. 그러나 의식하면 몸이 굳는 법. 1이닝 1점, 2이닝 공타, 3이닝 1점, 4이닝 공타, 5이닝 1점. 징검다리 단타 3방으로 딴 3점이 쿠드롱의 전부였다.
김기혁은 첫 공을 놓쳤다. 하지만 변치 않는 자신감. 2이닝에서 4연타, 3이닝에서 6연타, 4이닝에서 3연타를 기록했다. 한 이닝을 쉬었지만 남은 2점을 6이닝 쓰리 뱅크 샷으로 채웠다. 15:3승이었다.
김기혁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 치는 뱅크샷에서도 쿠드롱을 이겼다. 매 게임 뱅크 샷 만으로 6점씩 올렸다.
쿠드롱 전 3전 3승. 4대천왕 쿠드롱을 이렇게 처참하게 몰아세운 선수는 일찌기 없었다. 김기혁의 쿠드롱 전 전승 덕분에 휴온스는 최강 웰뱅과도 1승 1패 3무의 균형을 이루었다.
김기혁은 한때 대전 연맹 소속 선수였다. 그러나 모든 게 시원찮아 2001년 그만두었다. 당구장 을 운영하는 등 이 일 저 일 하다가 프로 당구가 출범하면서 18년만에 다시 큐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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