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런의 시시콜콜 당구>⑥ 애버리지 엉망인데 인터벌마저 길어 게임비 ‘쑥’ 경로 선택, 포인트 계산 등에 시간 많이 소비 진지한 샷 위한 긴 인터벌 무작정 탓하면 곤란
*칼럼 첫 회에서 수구와 목적구(적구)는 뜻이 안 통하는 엉터리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적절한 우리말로 바꿔쓰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칼럼에서는 수구 대신 내공, 1목적구 대신 앞공, 2목적구 대신 뒷공으로 표기하겠습니다. 더 좋은 우리말 표현이 있다면 제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9년 12월 열린 PBA SK렌터카챔피업십 128강전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선수는 엎드린 채 수차례 예비 스트로크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해 타임 파울을 범했다. (사진=SBS스포츠TV 캡처)
[진성기 편집위원 / 당구칼럼니스트] “엊그제 무려 100분짜리 경기에서 깨지고 말았어.”
21점을 놓는 지인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한 경기에 100분이나 걸렸다니. 게임도 지루했을 텐데 카운터에서 ‘거금’까지 지불했으니 얼굴을 찌푸릴 만했다.
필자 경험에 비춰보면 동호인 3쿠션 경기는 대개 40~70분 걸린다. 실제 디지털 스코어보드업체인 빌리보드가 최근 2개월간 자사 회원들이 치른 약 100만 게임을 분석한 결과, 게임당 평균 소요시간은 54분3초로 집계됐다. 10게임 중 약 8게임(78.3%)이 40~70분에 끝났다.
한쪽이 자기 점수보다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하면서 상대방을 압도할 경우 경기는 30분대에 끝난다. 반면 양쪽 모두 부진하면 1시간을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아무리 게임이 늘어지더라도 100분짜리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빌리보드 집계에서도 90분 이상 걸린 게임은 0.5% 밖에 안된다.
이렇게 장시간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타율이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두 사람의 애버리지는 0.2대에 그쳤고 70이닝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고 한다.
샷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쓴 탓도 있다. 긴 인터벌(interval)이 경기 시간을 잡아먹은 것이다.
100분 경기에서 패한 지인도 이렇게 푸념했었다. “둘 다 경기가 안 풀린데다 상대방이 툭하면 40초를 다 써가면서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는 바람에 100분짜리가 되고 말았지 뭐야.”
인터벌이 길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이리 저리 재보며 어느 길을 선택할지 한참 설계하는 경우도 있고, 포인트를 세어 가며 산수를 하느라 시간을 쓰기도 한다. 샷을 하려고 엎드린 자세에서 예비 스트로크를 수없이 하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다. 득점에 실패한 뒤 곧 바로 대기석으로 들어오지 않고 타석에서 공이 멈출 때까지 지켜보느라 시간을 소비하기도 한다.
인터벌은 동호인간 3쿠션 경기에서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각자 플레이 속도가 다르다 보니 인터벌 시간을 놓고 설왕설래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인터벌이 지나치면 ‘시간 견제’를 한다며 타박하는 일도 벌어진다.
공식 대회에서는 인터벌 시간이 최대 40초 주어진다. 이른바 ‘40초룰’이다. 40초를 넘기면 파울이 선언돼 공격 기회를 잃게 된다. 긴 인터벌로 인해 경기가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다만 지난 2019년 출범한 프로당구협회(PBA) 대회는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30초룰’을 채택하고 있다.
동호인간 경기에서도 40초룰이 통용된다. 디지털 스코어보드도 샷 제한시간이 40초로 세팅되어 있다. 하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 난구(難球)가 놓이면 이따금 40초를 넘기기도 한다. 물론 40초를 넘길 경우 대기석에 앉아 있는 상대방이 강력한 ‘레이저빔’을 쏘면서 빨리 치라는 신호를 보낼 지도 모른다.
문제가 되는 건 습관적인 슬로우 플레이다. 어떤 동호인은 ‘맞아 있는’ 손쉬운 배치에서도 30초 이상 써가며 신중히 임한다. 난구 앞에선 40초를 다 써버린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상대방은 지루함을 느끼다 못해 멘탈이 무너져 내린다. 인터벌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샷 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동호인도 있다.
인터벌은 실제 경기 시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점 동호인간 경기에서 한번의 샷에 평균 20초를 쓸 때와 30초를 쓸 때를 예로 들어보자.
초구를 잡은 A가 애버리지 0.5를 기록하며 40이닝에 20대 19로 B를 이겼다고 가정하면 두 사람이 샷을 한 횟수는 총 117회(A 59회, B 58회)가 된다. 한번 샷에 20초를 썼다면 2340초(39분), 30초를 썼다면 3510초(58분30초)를 사용하게 된다. 20분 가량 차이 나는 것이다. 애버리지 못지 않게 인터벌이 경기 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두 경기를 하므로 30초를 쓰게 되면 약 40분 더 소요되는 셈이다. 당연히 그에 해당하는 게임비가 더 청구된다. 만에 하나 샷마다 제한시간 40초를 다 쓴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때문에 인터벌이 긴 동호인은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심지어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느림보 동호인과 경기를 할 때 농담 반 진담 반 내뱉는 말도 있다. “이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해. 패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
이 지점에서 한가지 짚어볼 게 있다. 인터벌이 길다고 핀잔 받는 동호인들은 40초를 넘길 때도 많은 걸까?
40초 제한시간이 세팅되어 있는 디지털점수판. 동호인 경기에서는 공이 정지하기 전에 미리 점수판을 눌러 시간계산을 일찍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벌 시간은 모두 4가지 상황에서 계산하게 된다. ①공격 순서를 넘겨받은 내가 샷을 할 때 ②내가 득점에 성공한 뒤 이어서 공격할 때 ③공격 순서를 넘겨받은 상대방이 샷을 할 때 ④상대방이 득점에 성공한 뒤 이어서 공격할 때다.
이 가운데 ②와 ④의 경우 시간 계산이 부정확할 때가 많다. 3개의 공이 모두 멈추기 전에 시간 계산을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보통 득점이 이뤄진 뒤에도 얼마간 공은 구르는데, 대기석에 앉아 있는 상대방은 득점을 확인하자마자 점수판을 터치해 시간 계산을 시작하곤 한다.
심지어 앞공을 맞은 내공이 뒷공을 향해 굴러가고 있는데도 점수판을 누른다. 득점이 확실하다고 판단해 점수판을 미리 누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이 정지하기 전에 점수판을 누르면 보통 2~3초, 많으면 5초 가량 일찍 시간 계산을 시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시 말해 40초 안에 플레이했지만 화면은 40초를 이미 채운 것으로 표시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40초를 넘긴 상대방을 향해 무턱대고 눈살을 찌푸릴게 아니라 시간 계산을 정확히 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게 순리다.
①과 ③의 경우는 시간 계산 문제가 거의 없다. 득점에 실패한 뒤 대기석으로 돌아오는 동안 3개의 공이 모두 정지하므로 점수판을 일찍 터치하는 상황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렇게 지적할지 모르겠다. “슬로우 플레이를 옹호하는 것인가? 당신도 40초를 꽉 채우는 느림보임에 틀림없네.”
그렇지 않다. 긴 인터벌은 경기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터벌을 짧게 가져가 속도감 있는 경기를 하면 활기도 넘치고 게임비도 적게 드니 금상첨화 아닌가.
다만 자기가 샷을 빨리 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서 상대방도 빨리 동작하길 요구하는 건 곤란하다는 얘기다. 진지한 태도로 샷을 하자면 어느 정도 인터벌이 필요하므로 차분히 기다려줘야 한다. 또한 40초룰을 따질 거라면 공이 정지하기 전에 점수판을 터치한 건 아닌지 돌아보자는 얘기다. [ha-er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