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개막전-TS샴푸배 이어 20-21시즌 크라운해태배 2위 11회 투어중 3회 결승行…준우승 상금만 1억200만원 “준우승 세번도 쉽지 않은 기록, 오히려 자랑스럽죠. 하하” 이번엔 우승할줄 알았는데, 팔라존이 그렇게 잘 칠줄이야 17년 청주3쿠션월드컵 이전까진 무명…PBA 출범후 정상급 선수로 도약 “팀리그 부진 때 경기하기도 싫어…슬럼프 때 (조)재호 형이 조언”
강민구가 서울 용산구 군캐롬클럽 방송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MK빌리어드뉴스 이상민 기자] “준우승이요? 많이 해도 괜찮습니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꾸준한 성적을 남기는 게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강민구(38‧블루원엔젤스)는 PBA에서 웃픈(?)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결승전에 가장 많이 진출한 선수이며, 우승 없이 준우승만 3차례 기록한 선수이기도 하다. 준우승 상금만 1억200만원(3400만원 3회)이다.
지난 23일 막을 내린 PBA투어 4차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강민구는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에게 지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민구도 결승전서 애버리지 1.895라는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팔라존의 역대급 경기력 앞에선 방법이 없었다.
강민구는 그 동안 11차례 열린 PBA투어 중 3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우승 문턱을 넘지못했다. 2019-2020시즌 PBA 개막전 파나소닉 챔피언십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TS‧JDX)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통한의’ 옆돌리기 실패로 아쉽게 졌고, 2019년 9월 TS샴푸 챔피언십에선 ‘당구황제’ 프레드릭 쿠드롱(웰뱅피닉스)에 패하며 다시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강민구는 “준우승 3번은 당분간, 아니 앞으로도 쉽지않을 기록일 것 같다”며 가볍게 넘겼다. 대신 왕중왕전에서만큼은 또다시 준우승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실 강민구는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2004년 충북연맹에서 선수 데뷔해 3년 가량 활동한 후 경영학 공부를 위해 당구를 그만뒀다. 그러다 2016년 다시 큐를 잡았고, 그해 구리3쿠션월드컵에 출전, 예선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당구계에 ‘강민구’라는 이름 석자를 알린 건 2017년 청주3쿠션월드컵때다. 이 대회 주인공은 당연히 우승자 김행직이었다. 하지만 예선1라운드(PPPQ)부터→PPQ→PQ→Q를 거쳐 32강 본선에 진출한 강민구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32강전에선 준우승자 루피 세넷(터키)에 승부치기 끝에 패배) 이 당시 강민구는 국내 287위, 세계 772위 무명선수였다.
PBA 이전 국내 대회 최고 성적은 2018 포천 전국당구대회 8강. 이후 강민구는 2019년 1월 국내랭킹 32위까지 올랐고 PBA를 선택했다. 강민구는 PBA 출범 후 ‘물만난 고기’처럼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개인 대회뿐 아니라 블루원엔젤스 소속으로 팀리그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개인 대회와 팀리그,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강민구를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군캐롬클럽 방송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곳은 김군호 선수(PBA)가 운영하는 곳이다.
강민구는 준우승만 세 번 했지만 오히려 깨지기 힘든 기록이라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배 챔피언쉽에서 또 준우승했다.
=이번에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비에르 팔라존의 경기를 다보고 분석했지만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더라. 상대가 너무 잘 쳤다. 초반 기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서 싱겁게 끝난 것 같다.
▲팔라존과 경기는 어땠나.
=처음 경기를 해봤다. 잘하는 선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로 잘할 줄 몰랐다. 역대 결승전 중 가장 잘 친 선수 같다. 1, 2세트 뒤돌리기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이후 장타를 맞았다. 강한 선수들과 경기 할 때 실수 한번에 경기가 많이 바뀐다고 느꼈다.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난구도 다 들어가더라. (웃음)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을 앞두고 느낌은 어땠나.
=지인이 길몽을 꿨다. 사람 목을 자르는 꿈인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성공하는 꿈이라고 하더라. 그게 내 꿈인 것 같아서 좋은 기운은 있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행운이 많이 따랐다.
▲결승에 가장 많이 올라간 선수, 3회 준우승한 선수가 됐다.
=우승 한번 없이 준우승 세 번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깨지기 힘든 기록일 것 같다. (웃음) 내가 못해서 진 경기만 아쉬움이 남을 뿐이지 잘해서 진 경기는 아쉽지 않다. 앞으로 몇 번을 준우승 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PBA에 와서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있다. 전에는 8강에 진출해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PBA에서는 11번 열린 대회 중 7번 8강 이상 성적을 냈다. 운과 컨디션이 받쳐주면 언젠가는 우승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강민구는 PBA 선수 중 가장 많이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 트로피 없이 준우승만 3회 기록했다. 2019-2020시즌 파나소닉 챔피언십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TS샴푸 챔피언십에서 프레드릭 쿠드롱, 2020-2021시즌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하비에르 팔라존에게 무릎을 꿇었다.(맨우측 사진은 PBA 제공)
▲가장 아쉬웠던 결승전은.
=2019 PBA 개막전 파나소닉 챔피언쉽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와 결승전이다. PBA 초대 챔피언이 될 수 있었는데 실수를 많이 해서 졌다. 당시 경기가 새벽 2시에 끝났는데 너무 아쉬워 낮 12시가 되도록 잠을 못 잤다. 나머지 두 대회는 상대가 너무 잘해 아쉽지는 않았다. 쿠드롱, 팔라존 모두 나보다 잘했다. 최선을 다했는데 졌다. 오히려 주위에서 더 많이 아쉬워했다. 어떻게 한 번을 못 이기냐고. (웃음)
▲이번 대회에서 쿠드롱을 처음 이겼다. (4강전서 세트스코어 3:1승)
=당구인생 목표가 쿠드롱보다 잘 치는 것이었다. 전에는 쿠드롱과 처음 붙다보니 기선을 제압당했다. 나름대로 실력 발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쿠드롱이 너무 잘 쳐서 말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자주 붙다보니 적응한 것 같다. 두 번 졌지만 허무하게 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긴다고는 생각 안했다. 당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붙어야할 선수니까 내 공을 치자고 생각했다. 쿠드롱도 부담이 됐는지 실수를 하더라. 그 기회를 잘 살려 이길 수 있었다. 이제 1승2패가 됐다. (웃음)
▲PBA에서 성적이 좋다. 비결이라면.
=PBA 경기 방식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서바이벌 예선을 한다고 했을 때 자신이 있었다. 옛날에 자리가 없어 여러 명이 모여서 자주 쳤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경기 하다보면 집중력에 한계가 올 때가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은 자기 차례만 집중해서 잘 치면 된다. PBA에서 11번 중 3번만 서바이벌서 떨어졌다. 세트제도 짧아 순간적으로 집중하면 된다. 뱅크샷도 자신이 있었는데 2점으로 하니 전체적으로 좋은 것 같다. 변경된 룰이 나한테 잘 맞는다.
강민구는 PBA 4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결승에서 하비에르 팔라존과(스페인)에 패하며 또 한 번 준우승의 아쉬움을 삼켰다.
▲PBA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첫 번째 시즌과 비교한다면.
=선수들이 더 많이 노력하고 집중한다고 느낀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적어졌는데 그러다보니 강등에 대한 걱정도 되고 심적 부담도 느낀다. 요즘 선수들이 너무 잘한다. 프로화가 돼서 정말 많이 연습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첫 시즌에는 방식이 생소해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이 상향평준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5차투어와 왕중왕전이 남았다. 각오는.
=욕심은 없다. 꼭 우승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1부투어에 있을 때는 항상 꾸준하게 하고 싶다. 주위에서 봤을 때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남들은 2인자라고 하지만 당장 우승하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꾸준히 성적을 남기는 게 우승보다 값지다고 생각한다. 우승 한번하고 다음에 부진한 것보다 우승못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왕중왕전은 꼭 우승하고 싶다. 상대가 잘하든 못하든 준우승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기회가 오면 왕중왕전은 정말 모든 노력을 다해 우승해보고 싶다. 4강까지 진출했는데 떨어지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초대 왕중왕으로 기억되고 싶다.
▲팀리그를 해보니 어떤가.
=개인 대회는 내가 못하면 나만 탓 하면 된다. 그러나 팀리그는 팀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된다. 팀리그 1라운드 전날 팀원과 연습을 했는데 공이 너무 잘 맞아서 기운이 좋았다. 그런데 당일 경기장에 가보니 공인구가 바뀌었다. 아무것도 안보였고 공이 잘 맞지 않았다. 손도 못쓰고 졌다. 컨디션 안 좋고 공도 안 맞는데 하루 2경기 나가서 졌다. 그게 버릇이 되니 나가기 싫어졌다. 팀리그 때는 당구를 하기 싫어질 정도로 심했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
=(조)재호 형에게 조언을 구했다. 재호 형이 ‘문제점을 너한테 찾아야지 장비한테 찾으면 오래간다’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내가 연습이 부족해 적응을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뀐 공으로 계속 연습했다. 그랬더니 슬럼프가 점점 극복되는 것 같았다.
PBA 개막전 파나소닉 대회 8강서 김재근에 승리한 거둔 강민구가 환호하고 있다
▲복식보다 단식이 더 부담스러운가.
=단식이 더 부담스럽다. 복식은 우리 팀이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면 같이 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덜하다. 하지만 단식은 부담이 많이 된다. 특히 이기는 게임에서 질 때 부담이 크다.
▲팀원들과 호흡은.
=분위기가 좋다. 단체 메신저 방이 있다. 4차투어 결승전 끝나고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전화를 돌렸다. 한우 산다고 했는데 아직 쏘지는 않았다. (웃음) 특히 (엄)상필이 형이 리더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외적으로도 잘해주고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최)원준이 형과는 팀리그하면서 친해졌는데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두 형들을 존경하고 공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도움을 받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좋다. (김)갑선이 누나, (서)한솔이도 정말 착하고, 다비드 사파타도 성격이 좋다.
▲팀리그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속감이다. 개인 대회는 둘의 기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팀리그는 매 세트 선수가 바뀌니 분위기도 많이 변한다. 그러다보니 박진감 있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단지 무승부가 있는 게 아쉽다. 7세트를 만들어서 확실히 승부가 갈리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더 많은 팀이 생기고 많은 선수들이 팀리그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팀 성적이 초반 부진했지만 3라운드부터 괜찮아졌는데.
=팀원들이 자기 색을 찾아가고 있고 상필이 형이 리더 역할을 잘해줬다. 경기에서 잘해줘서 편하다. 그런 부분에서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다. 원래 목표가 3위였는데 마지막에 크라운해태에 지는 바람에 4위로 목표를 수정했다.
강민구의 올 시즌 목표는 남은 개인 대회와 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다. 특히 파이널라운드에는 우승 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마지막 6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다.
=아쉬움만 남기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1, 2라운드에 너무 못했다. 이제는 공이 많이 적응 돼서 자신감이 있다.
▲남은 시즌 각오와 목표는.
=만족스럽게 첫 시즌을 보냈고 올 시즌도 만족하고 있다. 우승은 항상 하면 좋은 것이고 내가 노력하면 따라 오는 것이다. 팀리그에서는 주어진 임무를 잘하고 싶고, 남은 개인 대회에서도 잘하고 싶다. 특히 왕중왕전은 정말 우승하고 싶다. 우승이 목표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imfactor@mkbn.co.kr]